데뷔가 두 달 앞으로 다가 오고 나서부터, 나와 기범이는 숙소 생활을 시작했다. 남자 둘만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, 아침 일찍 연습실이나 녹음실에 나갔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들어와 숙소에서는 잠만 자는 까닭에, 숙소는 꽤 깨끗한 축에 끼었다. 방 3개에 한강이 내다보이는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. 아직 데뷔도 안 한 우리에게 좀 과분하긴 했지만,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. 밤늦게 보컬 트레이닝을 마치고 돌아와, 발코니에 기대어 서서 캔 맥주 한 캔을 마시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. 나름 낭만을 즐기는 내 모습에 기범이는 늘 항상 차가운 시선을 줄 뿐이었다.<br><br><br>우리 이제 평생을 함께 해야 할 한 팀인데, 나 좀 좋게 생각해 주면 안 돼? 라는 부탁의 말이 언제나 입에 맴돌았지만, 정작 한 적은 없었다. 기범이의 차가운 시선이 내게 닿을 때면, 난 그냥 손에 들려있는 캔 맥주의 캔을 두 손으로 한 번 매만질 뿐 이었다.<br><br><br><br><br><br><br><br> “내일 오전은 좀 쉬래.”<br><br><br><br><br><br><br><br>기범이는 자기 할 말만을 던져두곤 방으로 들어갔다.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준 적이 없다. 야. 혹은 부르는 호칭도 생략한 채 딱 일에 관련된 이야기만 했다. 단 둘이 밥을 먹을 때에도,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볼 때에도, 함께 연습실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절대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은 없었다. 혹시 내 이름을 모르는 건 아닐까. 하고 의심해 본 적도 있었다. 하지만 이게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의실에서 앨범 콘셉트에 대해 얘기를 할 때, 전 그냥 김종현이 하자는 대로 할게요. 라고 한 말을 듣고서야, 내 이름을 알긴 아는구나 하고 안심했다.<br><br><br>결국은 내가 병신이다. 남자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, 그 상대는 날 미칠 듯이 싫어하는 김기범. 옆에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위로해야 하는 걸까. 기범이가 들어가 버린 방문을 빤히 바라보았다. 굳게 닫혀있다. 나도 모르게, 기범아. 김기범- 하고 불렀다. 반응이 없다. 입에 감기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냥, 기범아. 기범아. 하고 자꾸 불렀다. 내 목소리가 작은 탓인지 안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다. 괜히 뭔가 서운한 감을 감출 수 없다. 문득 아직 8시 밖에 안 된 초저녁인데, 기범이는 이렇게 방에 들어가서 뭘 하는 걸까 하고 궁금해졌다. 나와 기범이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친했더라면, 난 기범이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지도 모른다. 아니, 친했더라면 애초에 기범이가 방에 들어가지를 않았을 테지만.<br><br><br>소파에 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. 소파에 앉으면 정면으로 보이는 게 기범이 방의 문이라 그냥 멍하니 문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. 순간 벌컥- 하고 문이 열리고 모자를 푹 눌러 쓴 기범이가 나왔다.<br><br><br><br><br><br><br><br> “어디 가는 거야?”<br><br><br><br><br><br><br><br>내 물음에 기범이는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로,<br><br><br><br><br><br><br><br> “알 거 없잖아.”<br><br><br><br><br><br><br><br>하고 대답한다. 조금만 다정스럽게 얘기해주면 어디가 덧나나. 가슴이 시큰시큰 거린다. 풀이 죽어 기범이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수그렸다. ‘다녀와..’ 그래도 별 수 없이 먼저 말을 하는 건 나다. 대답이 돌아올 리 없지만, 현관에서 운동화를 신는 기범이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. 현관문이 열리고, 밖으로 나가는 발소리가 울리더니 쿵- 하고 현관문이 닫힌다. 역시나 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.<br><br><br><br><br><br><br><br> “다녀올게- 한 마디가 그렇게 힘든가..”<br><br><br><br><br><br><br><br>가슴이 따끔따끔 거리기에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. 그나마 조금 아픈 게 덜해지는 느낌이다. 무릎 위에 턱을 댄 채로 눈을 감았다. 아무래도 기범이 들어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자는 게 낫겠지 싶어서 밀려오는 졸음을 꾹 참았다. TV도 틀어두지 않고, 그렇다고 음악을 듣는 것도 아니어서 지루하고 졸린 시간의 연속이었다.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입안에 맴돌고 있는 멜로디를 흥얼거렸다. 기분이 좀 나아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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